[독서노트] 독점의 기술

 

 

신라면은 라면 시장을 독점하는 제품일까? 

답은 분명히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독점은 철도, 전력 등을 제공하는 회사이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독점은 소비자의 효용을 저해하는 사회악이다. 독점 회사의 제품은 품질이 나쁘고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독점 행위는 정부에 의해 엄격히 규제받고 관리된다. "독점의 기술"은 독점에 대한 흔한 상식을 깨부순다. 

 

위의 신라면 질문에 답을 한다면, "라면 시장의 매운맛 영역"에서 신라면은 지난 수십년 동안 독점이었다. 진라면 매운맛이 리뉴얼되기 전까지 말이다. 시장을 조금 뒤집어서 유심히 관찰해 본다면, 초과수익을 내는 대부분의 기업에 이런 독점적 영역이 존재한다. 책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알려준다. 다만, 2000년 초반에 최초 출간된 책이라 젊은 세대에게 와닿는 사례가 많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례로 혼다의 오디세이의 상황적 독점을 소개한다. 

 

  혼다 오디세이는 국내 카니발과 같은 미니밴이다. 4인 이상 가족이 장거리 이동할 때 좋고, 때로는 3열 시트를 접어서 큰 짐도 실을 수 있다. 오디세이는 3열 폴딩 기능을 최초로 도입한 자동차이다. X세대가 이제 막 결혼하여 가족을 구성할 시기에, 이들은 가족을 태우기 위한 차와 짐을 실을 용도로 픽업 트럭을 동시에 구매할 여력이 없었다. 혼다 오디세이는 이들의 니즈를 파고 들었고, 한 번에 3열을 접는 기능을 추가하여 두 가지 니즈를 모두 충족시켰다. 3열 폴딩 시트가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차 하부에 접힌 시트를 수납하려면 금형을 바꾸어야 한다. 새로운 금형을 적용하려면 자동차 디자인을 새로 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 완전한 신형 모델은 공장 라인을 새로 깔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자동차 회사는 5년에 한 모델정도 출시한다. 

 

  결과적으로 혼다 오디세이는 근 4년동안 미니밴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점유하였다. 이 시기의 혼다는 오디세이 판촉을 위해 추가적인 커미션이나 차값 할인을 제공할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 오디세이의 이익은 기타 경쟁사의 4배에 달했다. 이는 특정 시기와 영역에서 제품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오직 독점만이 기업에게 초과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사업의 경계는 나라간의 국경선처럼 명확하지 않다. 소비자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장은 동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역동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나타나는데,  저자는 이 때 새로운 독점의 기회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존의 사업 영역에서 타성에 젖어 있는 거대 기업은 보통 이런 시장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고정관념에 잡혀있고 의사 결정이 느려서 신생 벤처 기업에 시장을 빼앗긴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누르는 원리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성장하면서 대기업이 되고 독점적 영역을 잃는다.  

  

  이 책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을 수 있다.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경쟁사에 비해 유난히 수익이 좋은 기업을 가끔 발견한다. 저자에 의하면, 이런 기업은 십중팔구 자사 포트폴리오 내에 독점적 영역이 존재한다. 높은 수익은 그 회사의 독점 구조를 설명한다. 하지만 문제는 독점은 항상 변한다는 점이다. 회사의 구조적 독점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그 회사의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익이 좋은 회사는 주가 또한 높기 때문에, 회사의 독점 가치(독점 규모, 지속성 등)를 파악하면 수익 대비 가격이 합리적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숨겨져 있는 '독점'을 보려면 우리에게 남다른 '통찰력'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나도 삼프로에 추천해서 읽어 본 책이다. 기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주식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2052608

독점의 기술